close_btn


현종(顯宗) 임자년 되는 해에, 조정에서 나이가 많이 은퇴한 재상이 김 아무개라는 사람과 친분이 있었습니다.

한 때 재상이었던 사람이 그에게 물어보는 말이

"자네가 젊었을 때 알성謁聖(주상전하가 주관하는 과거 시험)과거를 보고 있을 때 농간(과거시험에서 부정한 행위를 말함)을 부린 일은 없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그 김 아무개가 어찌 과거시험을 하는데 있어 한 두 번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겠느냐면서

스스로 나쁜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이후 영원히 나쁜 일은 보려고도 하지 않으려고 마음 속으로 굳게 맹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관원이 한 사람 있었는데, 문장을 짓는 글재주는 뛰어났지만 마음이 곧고 정직하지 못하였으니

과거에 응시할 때마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면 무슨 병이라도 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속내를 감추고 있어도 부끄러운 마당에 그는 조정에서 파견된 시험감독관에게 몰래 속내를 드러내 말하면서,

글자에 표식을 해서 자신이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고서는 과거 시험에 응시할 때마다 부정한 일을 저지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득 관원의 집 들보 사이에서 어느날 원혼의 원통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게 여겼던 것인지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그 원혼이 큰 소리로 공중에서 그를 부르며 말하는 것이

"나는 조정에 벼슬하던 아무개의 아버지 되는 혼령이다. 귀신들이 너의 과거 시험 때마다 농간 부리는 짓에 대해 잘못을 논하였다.

먼저 너의 자손부터 죽이고, 그 다음은 괴질로 인해 너를 죽게 만들 것이다.

너에게 마땅히 죄가 있으므로 이와 같은 재앙이 이르게 되는 것이다.

내 아들은 뇌물을 받은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너에게 위협 당하여 함께 못된 일을 하였으나 이 역시도 이미 벌을 내렸다.

너는 그래도 죄가 조금 가벼워져서 너의 후손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나,

나의 아들은 물론이고 손자 또한 큰 화를 받게 되었으니 너는 내게 실로 불구대천의 원수이다." 하며 억울한 듯 말하였습니다.

 

이로부터 매일 하루에 한번씩 와서 그렇게 괴롭히니

관원은 견디다 못해 결국 몸과 마음이 모두 혼미한 나머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 자손들은 차례대로 죽었으며 그 관원 역시도 결국 끝내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조정의 시험감독관이라는 사람은 누군가의 발에 차여 죽고, 다만 손자 한 명만 남았으나,

 

걷지도 못하였으므로 결혼을 못 하고 있다가 여종과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으나 그 아이는 나면서부터 말을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고 합니다.

결국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는 간사스럽고 악독한 짓은 하지 않으리라 하늘에 맹세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기문총화에서 기록되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음 글 목록으로 이전 글
댓글 1

profile
재밌어요ㅋ
이런거 자주 올려줘요ㅋㄷ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공지 요즘 미갤에 글을 자주 못올려서 죄송합니다... title: 아구몬미나리 2017-05-16 12 6
공지 공지 공포/심령탭에 쓰실때 사진유무 써주세요 title: 아구몬미나리 2017-03-15 14 2
공지 공지 미스터리/공포갤 후원자 명단 5/1ver. 3 title: 아구몬미나리 2017-03-13 49 10
공지 공지 미스터리/공포갤 규정입니다 title: 아구몬미나리 2017-03-13 32 7
공지 공지 소중하지 않은 글은 없습니다. 4 title: 게시판관리자바르고고운육변기 2017-03-04 77 17
잡담 미국에서 있었던 살아있는 시체사건 new 킹범수 19:31 5 2
72 공포/심령 공중파 귀신(데이터주의+스크롤 팍 내리지 마세요) 6 file title: 컴퓨터사회책 2017-01-12 108 10
71 잡담 심야의 dasdadad 2017-01-12 26 4
70 잡담 [혐]스치면 망하는 식물 9 file title: 컴퓨터사회책 2017-01-11 128 8
69 잡담 1920년대의 수영모 2 file title: 컴퓨터사회책 2017-01-11 89 8
68 문명/역사 잉카의 얼음소녀(데이터 주의) 1 file title: 컴퓨터사회책 2017-01-11 68 6
67 자연/생물 [혐] 안녕하세요 하프물범이에용~(움짤+데이터주의) 1 file title: 컴퓨터사회책 2017-01-11 81 8
66 공포/심령 도계장 이야기 4 title: 맨시티 -2차이요코 2017-01-11 40 8
65 공포/심령 [번역괴담][2ch괴담]쿠로다군 musthapa 2017-01-10 30 6
64 문명/역사 조광원이 기생 원혼의 한을 풀어주다. 2 musthapa 2017-01-10 37 8
문명/역사 과거시험에서 부정을 저지른 관원이 원귀에게 보복을 당하다. 1 musthapa 2017-01-10 22 3
62 문명/역사 어느 문인상에 담겨있는 놀라운 역사 musthapa 2017-01-10 15 3
61 문명/역사 최원서가 귀신을 만나 겪은 일. musthapa 2017-01-10 15 2
60 문명/역사 손돌. 바람의 신이 되다. musthapa 2017-01-10 15 3
59 문명/역사 중국의 잔혹한 연쇄 살인마,, musthapa 2017-01-10 38 2
58 문명/역사 형수의 혼령이 씌인 원사안의 누이동생. musthapa 2017-01-10 13 2
57 공포/심령 [번역] 웃어! 1 musthapa 2017-01-10 23 3
56 공포/심령 [번역] 옛 스승에게 2년 이상 스토킹 당한 친구 1 musthapa 2017-01-10 45 6
55 공포/심령 [번역] 그녀의 고향집 musthapa 2017-01-10 18 2
54 공포/심령 [번역] 빨간 옷을 입은 사람 musthapa 2017-01-10 12 2
53 공포/심령 [번역] 화장실 술래잡기 1 musthapa 2017-01-10 16 2
1 - 31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