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해축백일장] 고 향[발롱도르~]

고 향

 

IZONE장원영

 

 스페인에서 독일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바르셀로나의 훈련복을 둘렀고, 그 안에서 리버풀의 붉은빛이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바이에른의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훈련복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천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좁고 낮았는데 밑이 뾰족한 신을 신었고, 짧게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민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팀의 팬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바르셀로나 팬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리버풀의 팬이 앉아 있었다. 그는 세 팀의 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리버풀에 관한 일도 곧잘 철철 대이거니와 바르셀로나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웨어 알 유 프롬?(어디서 오셨습니까?)"하고 첫마디를 걸더니만, 피케가 어떠니, 세르지가 어떠니, 뎀벨레는 부상을 끔찍이 많이 당한다는 둥, 수아레즈는 너무 뚱뚱해서 처음에는 은퇴한 줄 알았다는 둥, 횡설수설 지껄이다가 바르셀로나 팬이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짧게 끊은 꼿꼿한 윗수염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까땍까땍하는 고개와 함께 "리얼리?(그렇습니까?)"란 한 마디로 코대답을 할 따름이요, 잘 받아 주지 않으매, 그는 또 리버풀의 팬을 붙들고서 실랑이를 하였다. "살라……" "반 다이크"하고 덤벼 보았으나 리버풀 팬 또한 그 기름낀 뚜우한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띨 뿐이요 별로 대구를 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무어라고 연해 웅얼거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짐승을 놀리는 요술장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재주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 주적대는 꼴이 어줍지 않고 밉살스러웠다. 그는 잠깐 입을 닫치고 무료한 듯이 머리를 덕억덕억 긁기도 하며, 별 뜻 없는 미소를 입에 띄우기도 하고, 멀거니 창 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 암만해도 중절대지 않고는 못 참겠던지 문득 나에게로 향하며, "어디꺼정 가는 기오?"라고 독일 사투리로 말을 붙인다.

 "뮌헨까지 가요."

 "그런기오. 참 반갑구마. 나도 뮌헨꺼정 가는데. 그러면 우리 동행이 되겠구마."

 나는 이 지나치게 반가와하는 말씨에 대하여 무어라고 대답할 말도 없고, 또 굳이 대답하기도 싫기에 덤덤히 입을 닫쳐 버렸다.

 "뮌헨의 오랜 팬인가보오?" 그는 또 물었다.

 "육칠년이나 됩니다." 조금 성가시다 싶었으되, 대꾸 않을 수도 없었다.

 

-중략-

 

 "암만 팀이 변하기로 어째 그렇게도 변하는기오? 그 맨시티가 한참 뒤처젔더마. 한번도 못 들어본 프리미어리그의 트로피가 제 것인양 하고 챔피언스리그의 트로피는 이미 손에 들었더마."

 "후회하며 많이 우셨겠지요"

 "눈물도 안 나오더마. 펍에 들어가서 혼자서 맥주만 열병 때려뉘고 들어갔구마."

하고 가슴을 짜는 듯한 괴로운 한숨을 쉬더니만 그는 지난 슬픔을 새록새록 자아내어 마음을 새기기에 지쳤음이더라.

 "이야기를 다하면 뭐하는기오."

하고 쓸쓸하게 입을 다문다.

 나 또한 너무도 참혹한 선수생활을 듣기에 쓴물이 났다.

 "자, 우리 술이나 마자 먹읍시다."

하고 우리는 주거니받거니 한되 병을 다 말리고 말았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리중딱 리중딱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본다……

리중딱 리중딱 신나는노래

가슴치며 불러본다……

댓글 9

best 김수윤 2020.03.26. 11:27
이 사람도 제정신이 아닌 갤러구만
댓글
best 4ever 2020.03.26. 11:28
전개의 부드러움이 러브젤급.
댓글
rraccoon 2020.03.26. 11:15
너무 잘써서 리버풀 놀리는게 아무렇지도 않아...
댓글
김수윤 2020.03.26. 11:27
이 사람도 제정신이 아닌 갤러구만
댓글
4ever 2020.03.26. 11:28
전개의 부드러움이 러브젤급.
댓글
A.C.Milan 2020.03.26. 11:55
 4ever
써보셨나봐요 러브젤
댓글
4ever 2020.03.26. 12:20
 A.C.Milan
네에 뭐 한 두세가지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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