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칼럼 [칼럼] 뚜껑 열기도 전에 ‘범죄주의보’... 충남아산, 이게 최선입니까?[발롱도르~]

“아산 시민구단이 창단되면 충남권의 큰 이슈가 될 거예요.”

2시즌째 충남아산FC의 주장을 맡고 있는 박세직 선수의 2019년 스포츠니어스 인터뷰입니다. 그때는 박세직 선수도 몰랐을 겁니다. 이 팀이 부정적인 의미로 큰 이슈를 몰고 올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용서받지 못할 선수를 거둔 충남아산

 

충남아산FC(이하 충남아산)가 일본인 미드필더 미치부치 료헤이(이하 료헤이)와 울산 현대 유스 출신의 미드필더 이상민을 영입했습니다. 보통 영입 소식은 팬들에게 환영받는 일입니다. 특히나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팀들에게 새로운 선수는 언제나 환영이죠. 하지만 지난 시즌 K리그2 최하위를 기록한 충남아산은 새 선수를 하루에 둘이나 영입하고도 호평은커녕 큰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영입한 두 선수에게 각각 데이트폭력과 음주운전이라는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료헤이.jpg

료헤이는 지난해 J1리그의 베갈타 센다이에서 뛰던 당시 지속적인 데이트 폭력 끝에 상해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피해자 본인은 재판을 원하는데 피해자의 소속사가 이를 막는 비상식적인 대처 끝에 합의했지만 이후 팀에서 방출됐습니다. 피해자의 지인은 료헤이가 상대방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영상통화에서 흉기를 꺼낸 채 자살을 빌미로 협박했으며, 산속까지 차로 이동한 후 상대방을 버리고 가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피해자는 현재 료헤이의 폭력이 트라우마가 돼 심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폭력입니다.

 

료헤이의 폭행 전력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반포레 고후 소속으로 뛸 때에는 도쿄의 건물에서 여성 지인을 폭행한 후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료헤이는 이때도 출장정지와 선수활동 정지, 감봉, 봉사활동 등 징계를 받았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걸 작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충남아산 프런트는 이 선수를 영입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joinKFA의 선수 등록 현황을 통해 이 선수의 충남아산 입단을 확인한 국내축구 팬들은 우려와 반감을 표했지만, 충남아산 구단은 비판 여론을 덜기는커녕 두 배로 증폭시켰습니다. 지난해 음주운전은 물론 뒤늦은 보고로 구단과 팬들을 괴롭게 한 이상민도 영입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당해보고도 손을 잡는 최악의 판단

이상민.jpg

이상민은 지난해 5월 음주운전을 했고, 경찰 단속에 적발됐습니다. 5월 21일에 했던 음주운전이 구단과 연맹에 보고된 시점은 6월 19일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범죄 사실을 숨긴 채 선수 생활을 이어간 것입니다. 이상민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기간 동안 3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고, 진작 출전정지를 받았어야 할 선수의 득점은 해당 경기의 상대팀 FC안양이 그 골만 없었다면 이길 경기를 비기면서 승점 2점을 잃는 정당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음주운전 보고가 이뤄진 후 이상민은 1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같은 시기 음주운전을 했고 접촉사고를 일으킨 대전 하나 시티즌 박인혁보다 5경기가 많은 징계였습니다. 사고를 내지는 않은 이상민이 박인혁보다 1.5배 많은 징계를 받아든 건 죄질이 불량했기 때문입니다. 음주운전은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벌을 경감할 수 있는 범죄가 절대 아니며, 1개월 동안 보고 없이 경기에 뛴 건 구단과 리그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배한 행위입니다. 이상민은 이후 2020시즌 잔여경기 동안 한 번도 뛰지 못했고 시즌 후 원 소속팀인 울산 현대로 돌아가지도 못했습니다. 충남아산은 이 선수도 영입하고 료헤이와 동시에 입단 사실을 발표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차라리 모르고 영입했으면... 전력 알고도 손 내민 구단

 

CAFC.jpg

선수들의 전력만큼이나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충남아산이 두 선수의 전력과 죄질을 알고도 영입했다는 것입니다. 구단의 보도자료와 영입 관련 기사에 의하면 충남아산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 영입했고, 선수도 반성하고 있다”며 “면담을 통해 선수의 확실한 변화의 의지를 느꼈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선수와 구단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확답을 받아 선수와의 계약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프로구단의 판단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료헤이는 2017년 있었던 첫 폭행사건 당시 몇 가지의 징계도 받았지만,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과 다짐도 했습니다. 충남아산의 표현을 빌리자면 ‘확답’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4년 전 피해자를 주먹으로 때렸던 료헤이는 1년 전에는 다른 피해자에게 상습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 메시지를 보내고, 목을 조르고, 차를 운전해서 산에 간 후 피해자를 버리고 돌아오고, 그러한 폭력을 참지 못해 결별을 요구하자 흉기를 들고 자살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확답’이 재발 방지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걸 료헤이는 충남아산에 입단하기도 전에 이미 증명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가해자의 대답만을 믿고 영입을 결정한 구단의 태도는 괜찮은 걸까요? 충남아산 구단의 SNS와 각종 축구 커뮤니티의 여론을 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민의 영입도 이해되지 않는 결정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선수의 원 소속팀은 울산 현대지만, 선수가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고 사실을 1개월간 밝히지 않음으로써 시즌 운영에 적잖은 지장을 받은 팀은 다름 아닌 충남아산입니다. 2020시즌 전 이상민을 임대로 영입한 충남아산은 이 일로 인해 창단 첫 해부터 구설수에 휘말리며 이미지가 중요한 시도민구단으로서 큰 손해를 봤습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팀 특성상 18인 엔트리에 들 만한 선수가 갑작스럽게 빠지면서 받았던 타격도 큽니다. 코칭스태프는 가용 선수의 감소와 의도치 않은 전술 수정이라는 형태로, 선수단은 분위기 침체와 스트레스라는 모양으로 이상민 이탈의 부담을 떠안았습니다. 이상민은 시즌 후 울산 현대로 복귀하지 못하고 거취가 드러나지 않으며 죗값을 받는 듯 했지만, 사필귀정은커녕 자신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팀인 충남아산의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도 더한 폭행사건을 일으킨 선수가 있고, 구단에 이미 큰 피해를 끼친 선수가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이 선수들이 계속 뛰어도 좋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팀의 팬이어도 환영한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충남아산은 부적절한 영입 결정에 대한 사과는커녕, 이해할 수 없는 대처로 비판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응마저 실패한 충남아산, 사과는 없었고 안내는 부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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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은 우려를 부를 수밖에 없는 선수를 영입했지만, 구단 차원의 사과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도자료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했고 다각도로 검토했다’, ‘면담을 통해 선수의 변화 의지를 느꼈다’는 등 정당해질 수 없는 영입 결정을 정당화하는 입장으로 일관했습니다. 최근 스포츠계는 폭력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몇 곳의 배구단이 소속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으로 인해 홍역을 치렀고, 해당 구단에게는 ‘학폭생명’, ‘조폭사채’ 등의 멸칭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그 구단들도 소속 선수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입장만큼은 내놓았습니다. 내용이 부실했고 논란이 되는 입장을 끼워 넣은 것도 사실이지만, 사과 자체는 했다는 겁니다. 이에 반해 충남아산FC는 굳이 영입하지 않아도 됐을 문제 선수를 두 명이나 들여왔음에도 어떠한 사과 표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검토’와 ‘면담’ 그리고 ‘선수의 확답’과 같은 구단의 입장에서 나온 언어를 들여다보면 피해자도 용서하지 않은 일을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조차 없는 구단에서 주제넘게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충남아산이 잘못하고 있는 지점은 또 있습니다. 2021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충남아산은 관심의 집중과 팬의 흥미를 위해 영입 발표 전부터 선수의 실루엣과 힌트 단어를 공개했습니다. 이러한 ‘구단 자체 루머생산’, ‘예고 마케팅’은 국내축구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전력이 있는 두 선수의 영입 과정에서만큼은 이러한 행보를 일절 없앴습니다. 다른 영입선수들은 전부 비시즌의 관심 집중을 위해 소식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이 두 선수만 조용히 입단 절차를 밟은 겁니다. 실제 료헤이는 어떠한 사전 소식도 없이 joinKFA에 등록을 마쳤고, 영입 발표는 그러고도 반나절이 넘게 지나서야 공개됐습니다. 이상민의 영입은 료헤이의 영입으로 팬들이 술렁이는 시점에 동시 발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21시즌 등번호 안내 또한 이 두 선수가 없을 때 진행됐습니다. 과대해석일 수 있지만 충남아산은 료헤이와 이상민의 영입 사실이 비판받을 만한 일이라는 걸 발표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다고 인정한 모양새입니다. 본인들부터 잘못된 결정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시인해 놓고, 팬들과 국내축구에 관계된 사람들에게는 영입을 받아들이라는 건 도대체 무슨 행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창단 결실 안긴 시민의 사랑을 배신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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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은 2017년부터 아산시와 함께했던 경찰 축구단인 아산 무궁화를 실질적으로 계승하는 팀입니다. 연맹과 구단은 두 팀의 역사를 별개로 취급하지만 연고지와 사무국, 코칭스태프와 일부 선수단, 굵직한 서브 스폰서부터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력까지 수많은 후원사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아산 무궁화의 해체 이후 이순신종합운동장은 텅 빈 채 적막에 빠질 뻔했습니다. 2020년 12월 기준 316,129명의 인구로 군경구단인 김천 상무를 제외한 모든 K리그 시민구단의 연고지 중 가장 적은 인구를 기록하고 있는 아산시가 구단을 창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경찰과 충청남도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구단이 창단돼 아산 무궁화의 해체 이후에도 운동장이 시끌벅적할 수 있던 이유는 단연코 아산 지역 팬들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2019년 아산 무궁화 시절 홈경기 관중 수는 도시규모를 생각하면 경이로운 수준이었습니다. 평균관중은 3,139명으로 K리그2 10개 구단 중 4위를 기록했고, 이는 같은 해 K리그1의 상주 상무와 강원 FC보다 많은 수치였습니다. 또한 구단의 존폐 문제가 나날이 큰 이슈가 되던 시즌 후반기에는 5천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하는 경기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이 사실상의 창단 선언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33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는 아예 6천 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가서 (6,040명) ‘우리를 믿고 창단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했습니다. 2019년 중반까지도 창단에 미온적이었던 충청남도와 아산시는 결국 K리그에서 유례가 없던 ‘도 지원 시민구단’의 형태를 감수하고 충남아산을 탄생시켰습니다. K리그2의 전반적인 관중수를 생각하면 이 결정에 지역민들의 열기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충남아산은 재창단 후 단 2시즌 만에 그들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해준 팬들의 사랑을 저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못이 큼을 알고도 부적절한 선수를 영입했고, 이에 대해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입장 표명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팬들을 기만한다고 판단해도 할 말이 없는 행보입니다. 충남아산은 구단 SNS의 료헤이, 이상민 영입 게시물에서 그들의 과거를 알 수 있는 어떠한 문구도 넣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와 기사를 통해 올라온 보도자료에도 ‘사회적인 물의’와 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을 뿐, 데이트 폭력과 음주운전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해체 위기를 구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는커녕 그릇된 결정을 하고 그 잘못마저 숨기려는 구단의 태도 앞에 숨을 불어넣은 팬들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구단 SNS에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세요 제발’, ‘내가 낸 세금으로 범죄자 밥 먹여주는 게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아산 경찰청에서 아산 구치소로’와 같은 비판이 줄을 잇지만, 충남아산은 이러한 팬들 앞에서 어떤 해명과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료헤이가 자행한 데이트 폭력 피해자의 지인은 말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 발길질을 하고 , 그 발로 공을 차서 아이들에게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

그렇습니다. 충남아산은 충남도민과 아산시민들에게 ‘사람의 얼굴을 발로 찬 선수를 응원하는 아이들’이라는 기괴한 역할을 떠넘기고 말았습니다. 위험성이 커서 예비살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음주운전을 한 선수를 응원하는 역할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에게 집어던졌습니다. 료헤이와 이상민의 잘못도 크지만, 수천 수만 팬들에게 지지 여부를 고민하게 만든 충남아산 구단의 잘못 또한 너무나도 큽니다.

 

 

 

‘범죄주의보’가 된 파랑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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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아산은 이번 시즌 많은 것들을 개혁했고, 야심차게 새해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시즌 K리그2 최하위에 그쳤던 스쿼드를 대폭 개편하고 구단의 메인 컬러를 아산 무궁화 시절부터 이어온 노랑에서 공격적인 파도를 연상시키는 파랑으로 교체하는 등 새 시즌 더 나은 성과와 팬서비스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해는 치고 올라간다는 각오를 담은 듯 2021시즌의 캐치프레이즈도 ‘파랑주의보’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파도는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리그 개막으로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온 거친 파랑은 상대팀이 아니라 충남아산 자신을 향해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예보의 이름도 예상과 달랐습니다. 타 팀들을 향해 발령했던 파랑주의보는 충남아산과 팬들을 아프게 하는 범죄주의보가 돼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잘 하겠다고 수없이 각오를 밝혀왔던 충남아산 사무국은 잘못을 잘라내지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은 채 사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영입 결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사후대응까지,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댓글 2

드캐_유현 2021.02.22. 22:41
경찰청팀을 이어가는팀에.......범죄자가 두둥!!
댓글
블루스 2021.02.23. 03:17
안타깝네 ;;; 이게 최선이였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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