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필리핀 속 한국 축구인] 가정을 위해, 그리고 팀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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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많은 한국 교민들이 필리핀에 거주 중이고,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한류 열풍도 예외없이 상륙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신데렐라 스토리로 널리 알려진 박이영을 비롯, 손용찬, 차승룡 같은 한국 축구인들이 필리핀에서 활약한 바 있다. 올 시즌도 물론 예외는 없다. 필리핀 최상위 리그 PFL(필리핀 풋볼리그)에는 3명의 한국인 선수가 뛰고 있고, 대학 무대 우승을 이끈 감독 역시 한국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그들의 시선으로 필리핀 축구를 바라보고 싶었다.

이것은 필리핀 속에서 한국 축구를 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3. 다바오의 공격 선봉장, 김성민

 

 올 시즌 PFL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총 3명. 앞선 2명은 지난 시즌에도 필리핀 무대에서 활약했으며, 둘 다 팀의 수비를 책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오늘 글의 주인공은 약간은 다르다. 올 시즌 시작 전 필리핀에 갓 입성한 ‘새내기’이며, 팀의 공격을 책임지는 ‘주포’이다. 또, 가정을 책임지는 듬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다바오 아길라스 소속, 김성민 선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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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다바오로 이적한 그는 현재 PFL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선수들 중 유일한 공격수이다. 다바오 공식 페이스북

 

필자 (이하 K): 인터뷰를 수락해줘서 감사하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한다.

 

김성민 (이하 S): 필리핀 다바오 아길라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 김성민 이라고 한다.

 

K: 필리핀에 넘어온 지 이제 약 5달 정도가 지났다. 어느 정도 적응은 되었나.

 

S: 완벽하게 적응했다고는 못 하겠지만 조금씩 하고 있다.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수월하다. (웃음)

 

K: 사실 자녀들을 전부 다 데리고 해외로 온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자녀들도 필리핀을 좋아라 하고 있나.

 

S: 솔직히 아이들 때문에 필리핀 행이라는 결정을 한 것이다. 학업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워낙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가끔 한국 가고 싶다고는 하지만, 가고 싶은 이유는 원하는 장난감을 여기서는 살 수 없어서, 그것이 크다. 와이프도 아이들도 다들 잘 적응하며 좋아라 하며 지내고 있다.

 

K: 완전 색다른 나라임에도 빠르게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가족 분들이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슬슬 녹아드는 것처럼, 김성민 선수도 다바오 아길라스에 녹아들고 있지 않은가. JPV 전 (5월 13일)에 멋진 시즌 2호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주: 7월 8일 현재 김성민은 리그에서 6골을 성공시켰다.)

 

S: 존경까지야. (웃음) 가장이 잘 버텨야 가정이 사는 거 아니겠는가. 녹아든다는 표현 맘에 든다.

어느 나라든 외국인이 그 나라에 가서 팀에 적응하는 것은 한없이 힘든 부분이다. 나 또한 필리핀에 와서 다바오라는 팀에 녹아들기까지 많이 힘들었고 말이다. 아직 완전히 녹아들지는 못했지만, 녹아드려는 내 나름의 노력도 하고 있다. 축구 스타일, 관리, 시스템 등등 많은 부분에서 대한민국과 정 반대 이기 때문에 많이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에 이겨내려고 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부분이니.

 

현재 (당시 5월) 나는 내 포지션에서 뛰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더 혼란스럽고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운동장 안에서의 모든 건 감독이 결정하고 선택하는 부분이니 다 받아들이고 최선만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선수가 운동장에서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이다. 하지만 여기 필리핀에선 모든 선수들이 불만 표출을 감독과 구단에게 하더라. 그것이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

 

K: 본래 다음 질문이 감독에 관한 것이었는데, 저 답변이 어느 정도 그 질문에 답을 해준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시절 이야기로 넘어가고 싶다. 한국 이야기를 간단히 해달라.

 

S: 대학 졸업 후 광주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당시 팀에 나를 포함 김성민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셋이나 됐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 후 K3리그 포천과 김포에서 뛰었었다. 김포 시절엔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적도 있다.

 

K: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필리핀 행을 결정했다고 했는데, 사실 다른 좋은 나라들도 많지 않은가. 최종적으로 필리핀을 선택한 다른 이유가 있나.

 

S: 필리핀 교육이 정말 좋다고 들었다. 두 아이들이 여기서 학업을 마치면 좋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내가 제일 존경하는 조관섭 선생님이라는 분이 있다. 나한테는 아버지나 마찬가지다. 추천을 해주셨다. 또 필리핀에 정착하신 김정일 코치님이라는 분이 계시다. 조관섭 선생님이 저와 그 분을 연결해 주시고 김정일 코치님이 필리핀에서 도와주셨다. 그래서 운 좋게 오게 되었다. 와보니 정말 살기 좋더라. 워낙 내가 더운 나라를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웃음)

 

K: 그 분들이 다바오와 연결을 해주신 건가, 아니면 다바오 입단은 다른 경로로 진행된 것이었나.

 

S: 다바오도 추진해서 연결시켜 주신 것이다.

 

K: 그런가. 많은 은인들의 도움이 있었구나.

 

다바오에 합류해서 첫 훈련을 진행했을 때, 분위기나 느낌이 어떠했나.

 

S: 개방적이라고 해야 하나. 지도자들과의 선수와의 관계가 매우 친밀한 듯한 느낌이었다. 텃세도 분명히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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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2로 뒤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음에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폭스스포츠.

 

K: 시즌 첫 경기 카야전에서 맥도날드 선수와 교체되며 데뷔 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 대한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S: 2대0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힘든 상황이었다. 첫 게임이었고, (주 포지션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들어간 상황이고. 우리 선수들의 단점이 쉽게 포기하고, 확실한 리더가 없다는 점 등인데, 그저 팀을 이끌자는 생각만으로 들어갔다. 몇 분을 뛰는가에 상관하지 않고 선수들을 리드해가며 죽어라 뛰었다. 그게 잘 통했던 것 같다. 비록 2대2로 동점으로 게임을 마쳤지만, 찬스 2번을 골대에 맞춰서 많이 아쉬웠다. 데뷔 전은 성공적으로 잘 마쳤던 것 같다.

 

K: 그래도 무승부로 끝났으니 나름 성공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뷔 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으니 다음은 데뷔 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JPV 마리카나와의 경기 (주: 4월 21일 경기)에서 터뜨린 그 골 말이다.

 

S: 첫 골에 대해서는, 정말 부담이 많았다. 다들 기대도 많이들 했고 말이다. 구단에서도 그렇고. 내 포지션에서 뛰질 못하니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말이다. 무조건 팀에 헌신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뛰기 시작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웃음)

 

K: JPV와는 뭔가 상성이 좋은 것 같다. 시즌 2호골 상대도 JPV였으니. 당시 중계를 봤었는데, 헤더가 일품이었다. (웃음) (주: 5월 13일 경기)

 

S: 다들 발레를 한다고 놀리고 그랬다. 자세가 어떻게 됐고, 어느 부위로 넣든 골은 골이니, 그저 좋다. 이젠 내 자리에 뛸 수 있으니 더 좋다. (웃음)

 

   아, 감독이 오늘 부로 교체됐다는 연락이 왔다. (주: 당시 날짜는 5월 26일이었다.)

 

K: 세상에. 믿어달라는 인터뷰가 얼마 전에 나오지 않았나. 결단력이 있다고 해야하나.

 

S: 팀이 많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감독으로서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매니지먼트 팀에서 관리를 하다 보니, 감독 권한이 적어 팀이 잘 꾸려지질 않는다.

 

K: 그런가. 아무쪼록 새 감독이 팀을 잘 꾸려주었음 하는 바람이다.

 

다시 리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현재 PFL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중 유일한 공격수다. 다른 두 선수는 모두 중앙 수비수,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포지션이다. 맞붙을 때 느낌이 특별했을 것 같다.

 

S: 솔직히 불편하다. 만나서 좋기는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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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리온과 리그 경기를 치렀지만 고경준 선수와는 직접적으로 대결하지 못했다. 폭스스포츠

 

K: 그럴 것 같다. 타향에서 동향 선수들과 맞닥뜨려야 하니. 그래도 먼 나라에서 동향 선수들을 만난다는 건 참 안심되고 의지되는 것 같다.

 

S: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가족이 있는지라 잘 못 만난다는 게 아쉽다. 미안한 마음이다.

 

K: 약간은 위험한 질문이다. 이정민 선수와 고경준 선수, 두 선수 중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선수는 누구인가.

 

S: 글쎄. 아직 직접적으로 붙어보지는 않았다. 둘 다 중앙 수비수이지만 난 사이드에서 계속 플레이를 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주 붙게 될 듯 하다. 이제 내 포지션에서 뛰게 되었으니. 그래도 두 선수의 성향이 워낙 달라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웃음)

 

K: 조금은 범위를 넓혀보자. 뛰면서 '아 이 선수는 정말 물건인데' 라고 느껴지던 선수가 있었나. 동료나, 상대팀에서 말이다.

 

S: 앞에 두 선수다 거론했던 것처럼 세레스 선수들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고 여유가 있는 느낌이다. 다들 서로를 믿고 공을 찬다는 느낌도 받고. 어느 한 명이 좋다고 딱히 말은 못하겠지만, 세레스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다 괜찮다.

 

K: 올 시즌을 바라보는 김성민 선수의 목표와 각오를 듣고 싶다. 어떤 시즌을 보내고 싶은지.

 

S: 일단 필리핀 축구에 적응해야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이다. 팀에 녹아 들고, 도움이 되고, 헌신적인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다른 선수들도 느끼고 따를 것 같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바오라는 팀은 이제 창단 2년차라 갖출 게 많은 팀이다. 잘 자리잡기 위해선 누군가는 희생을 하고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일단 내가 스스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K: 그런가.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인드가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S: 존경은. 모든 선수가 다 그리 생각할 것이다.

 

K: 마지막 질문이다. 축구화를 벗은 후에도 축구계에 남아있을 계획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가.

 

S: 사실 축구화를 벗고 싶지가 않다. (웃음) 축구화를 신고 있으면 매우 행복하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를 하고 싶다. 어떤 지도자가 될 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선수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것. 그것은 확고하다.

 

K: 알겠다. 내 질문은 여기까지다. 자세하게 답변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다음 경기도 멋진 모습 부탁한다!

 

S: 고맙다.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 (웃음)

 

 팀에 헌신하겠다는 그의 바람은, 새 감독 멜초르 안주레스가 부임하며 이루어졌다. 전 감독 시절에는 주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뛰며 두 골을 넣는 데에 그쳤지만, 신임 감독 부임 후에는 4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상승을 돕고 있다. 김성민은 오늘도 팀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린다.

댓글 58

히이라기카가미 2018.07.14. 10:14
같은 이름가진 선수가 셋이나 있던 그 분 인터뷰였구만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을까 했지만 ㅎㅎ
그래도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는거 보면 정말 신기함

이제 필리핀 찍었으니 다른 나라로 ㄱㄱ해야죠?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18.07.14. 11:17
 히이라기카가미
부탄 or 홍콩 생각 중임다... 감사합니다...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18.07.14. 15:58
 침투하는아린
아리가또.....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18.07.15. 02:22
 aria1010
감쟈함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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