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공포/경험담 기억을 저장하시겠습니까?

title: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나군
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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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에 백만 원. 더도, 덜도 없어. 깎으려고 하지 말아요. 나도 팁은 받지 않을 거니까.”
  
여자가 거칠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 
오물오물, 질겅질겅, 딱, 딱……. 
자그마한 입술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그녀가 나를 보더니 불쑥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어 내밀었다. 민트향이라고 적혀있는 포장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분홍색이다. 분홍색 민트. 어딘가 여자를 닮았다 생각했다. 나는 고개 저어 사양하고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 그녀의 발에서 벗어난 하이힐이 내 운동화 속에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셨던가요?”
  
그녀는 벌써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마치 내가 손님이고, 그녀가 집주인인 것 같았다. 

“바다였으면 좋겠는데. 하이킹은 힘들어서.” 
  
그 순간 여자의 입 옆으로 보조개가 패었다. 

“해외여행이면 금상첨화지만”하고 이어 뱉은 중얼거림 때문이었다. 

다분히 속물적인 소망이었지만 그 보조개 덕분에 밉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일렁거렸다. 
그녀의 얼굴을 조금 더 확인하고 싶어졌다. 
큼직한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이나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볼 수 있는 건 오물거리는 입술밖에 없었다.
  
“그것 좀 벗어볼래요? 눈을 보고 싶어서.”
“그래요, 어려운 주문도 아닌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선글라스를 벗어재낀 그녀가 상체를 수그렸다. 
그러자 자연스레 깊은 가슴골이 드러났다. 
원한다면 여기도, 아니, 더 은밀한 곳이래도 기꺼이 보여줄 수 있다는 의도가 명백했다. 
하지만 눈을 보는 것으로 족했다. 

아이라인을 길게 뺀 눈은 사납게 보이려고 해도 사나워질 수가 없는 모양새였다. 
특히 눈웃음은 짙은 색의 아이섀도로도 가릴 수 없었다. 
예뻤다. 내가 안내 책자에서 본 그대로였다. 
  
그녀가 눈을 깜빡거리자 위이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자위를 막처럼 뒤덮고 있는 렌즈는 M사에서 새로 개발한 카메라 렌즈일 터였다. 

녹화는 물론, 촬영한 영상에서 데이터를 추출해서 뇌로도 옮겨 심을 수 있는 개발품이었다. 
물론 데이터를 따로 저장해서 원하는대로 재생, 편집 시킬 수도 있었다. 
한 시간을 서비스 받든, 두 시간을 서비스 받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6년 동안 사귄 연인’이란 설정만 있다면, 
한 시간을 서비스 받고도 오래된 연인의 기억을 소유할 수 있었으니까. 

이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편집 기능이었다. 

다이내믹한 영화 한편에 이어붙일 수도, 슬픈 멜로에 이어붙일 수도 있었다. 
이 획기적인 렌즈가 개발되었을 때 어느 사업가가 뛰어들었다. 사업에 재능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곧 데이트 업체를 사들여서 렌즈를 응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름하야 타임 서비스. 이것이 그가 내건 광고 문구였다. 
  
[기억을 저장하시겠습니까?]

[아름다운 여성과의 데이트를 영원히 간직하세요] 
  
청초한 매력의 여배우의 사진과 함께 실린 광고는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했고, 3년이 지났을 땐 명실공이 업계의 일인자로 자리 잡았다. 

나는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 렌즈가 없었다면 오늘 내가 부른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다. 

렌즈를 뺀 눈동자를 보고 싶었지만 허락하지 않을 거였다. 
그녀는 진짜 데이트를 하러 온 게 아니다. 고객을 만나러 온 거였다. 
나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 저 여자와의 시간을 소유하는 거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얼마나 이용하실 거죠?”
“사나흘이면 됩니다.”
  
내 대답에 여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3일이면 72시간이에요. 칠천만원이 넘는다구요. 가격 흥정은 불가라니까요? 무조건 한 시간에 백만 원. 그게 우리 모토거든요.”
  
딱!

커다란 풍선이 터졌다. 
곱게 화장한 입 주변에 껌이 들러붙었지만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붉은 혀로 제 입술을 낼름 핥았다. 

“유산이라도 상속 받았나? 그렇게 부자로 보이진 않는데.”

“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약속대로 지불할 테니까요. 아무 걱정 말고……저하고 3일 동안 동행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녀의 시선이 오랫동안 내 얼굴에 머물렀다. 
집에 방문한 이래로 무심히 지나쳐버렸던 시선이었다. 
여자의 시선이 점차 오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내 얼굴에서 뭘 보고 있는 걸까. 

평범한 키에, 평범한 체격을 가진, 삼십대 초반의 남자밖엔 안보일 텐데. 
그녀는 껌을 오물거리던 입을 가로로 길게 찢으며 씩 웃었다.
  
“자기, 외로운 사람인가보다. 것도, 무척.”
“그래 보입니까?” 

“이름이 뭐예요? 마냥 오빠라고 부를 수는 없구, 원하는 호칭이 있을 거 아녜요.”
“아무렇게나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래요? 내 이름은…….”

“기희 씨죠?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야 알아내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녀의 이름은 안내 책자에 상품명처럼 적혀 있었으니까. 
그녀 역시 납득되는지 의문은 갖지 않았다. 다만 꼬았던 다리를 바로 하면서 재촉했을 뿐이다.
  
“자, 출발하자구요. 시간은 금이니까.” 
  
나는 선글라스를 집어든 여자의 팔을 붙잡았다. 
  
“그건 왜 다시 쓰는 겁니까?”

“나중에 편집한대도 원본을 요구하는 고객 분들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돈거래 하는 장면부터 시작되면, 무드가 깨지니까……. 참. 지불 방법 말인데요. 내려가는 동안에 얘기 나눌까요?”

그녀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기록된다. 
조금 전 나와 나눈 대화들도 마찬가지였겠지. 

문득 그녀를 보는 내 눈빛이 어떠했을까 상상해보았다. 
부디 색욕에 눈 먼 머저리로 보이진 않았으면 좋으련만. 

이런 서비스를 주로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의 사내들이라고 들었다. 
외로운 남자가 아름답고 젊은 여성에게 무엇을 바랄지는 너무도 뻔했다. 
더구나 백만원이란 돈으로 산 시간들을 영원히 소유할 수 있었으니. 
  
“저는 서해 쪽으로 갔으면 하는데. 기희 씨는 달리 가고 싶은 장소라도 있어요?”
“바다에 가려구요?”
“네. 장소를 정한 건 아니었지만 기희 씨 말 들으니까 문득 바닷바람을 쐬고 싶어졌어요.”
“그쪽은 바다에 가고 싶은 거잖아요?”

그녀의 말은 이해 불가능했다. 
내가 “그런데요?” 하고 반문하자, 그녀가 중얼중얼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물을 싫어해요. 산이 가장 싫지만 바다도 그만큼 싫어하죠. 다들 휴식을 취하러 자연을 찾아 떠난다던데 나한테 그건 독약이나 마찬가지예요. 흙냄새를 맡으면 숨이 막히죠. 시멘트 냄새를 맡고, 담배 냄새를 맡고, 매연을 맡아야……비로소 마음이 편해져요. 게다가 바다는……끔찍할 정도야. 그렇지만, 그건 개인적인 취향이고 고객님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오케이에요. 그게 우리 모토니까.”
  
나를 의식하고 한 말은 아니었던 듯, 그녀는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 지상으로 올라가자 밝은 빛이 쏟아졌다.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 
정수리 위로 쏟아진 햇살이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와 상체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마치 꿀타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한 환상이었다. 

그 순간 그녀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나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는 길에 눈을 좀 붙여도 될까요?”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피곤이 묻어나고 있었다. 
껌을 씹느라고 오물거리던 입술도 어느새 얌전히 닫혀 있었다. 
그녀 덕분에 차 안은 민트 향으로 가득했다. 
나는 “자요. 도착하면 깨울 테니까”하고 기꺼이 허락했지만, 
그녀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벌써 잠에 빠져 있었다.
  
 


  * *
  



물때를 잘못 맞춰 온 까닭에, 우리는 갯벌밖에 볼 수 없었다. 
나는 갯벌이 보이는 자리에 차를 대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흘러나온 연기가 강한 바닷바람에 의해 금세 흩어졌다. 어느새 그녀가 내 옆에 서있었다. 
푹 자고 일어나서인지 개운한 얼굴이었다. 

“데이트 하러 온 거 아녔어요? 왜 혼자 구경하고 있어요. 깨우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녀는 

“플라토닉 사랑, 그런 주의예요? 그렇게 점잔빼는 분치고 손만 잡고 자는 경우 드물던데.”

하며 밉지 않게 웃었다. 

선글라스를 벗은 두 눈이 갯벌을 보고 있었다. 
‘데이트’라는 말은 마치 ‘녹화를 시작하시겠습니까?’하는 알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조금 전 나를 스치듯 바라보았다. 
그때 내 표정 역시 고스란히 저장되었을 테지. 
  
“바닷물은 다 어디로 갔어요?” 
“물이 싫다기에 없애버렸어요.”

“하하하. 거짓말…….”
“어? 정말인데? 제가 한 능력하거든요.”
  
그녀가 눈을 둥글게 휘었다. 
자고난 탓에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만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점잔빼는 척 연기하는 호색한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 순간 손을 잡고 싶은 게 아니라 입을 맞추고 싶었으니까. 

그녀는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백여 미터를 걸은 다음, 
다시 차로 돌아왔다. 
내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떤 컨셉으로 할까요? 새로 사귀기 시작한 연인? 이루어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줘요. 자신 있으니까.”

“인위적인 설정은 필요 없어요. 저랑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돼요, 기희 씨는.”

“………….”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그녀는 긴 침묵 끝에, 
“까다로운 고객이네요. 그쪽은…….”하고 웅얼거렸다. 

그리곤 핸드백에서 껌을 꺼내어 씹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가 껌을 내밀었다. 분홍색 민트였다. 
나는 껌을 손에 쥐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적당한 식당을 찾아 일대를 돌아다녔다. 
호객하는 아주머니들을 보기에 민망해서 가장 외딴 곳에 위치한 횟집에 차를 대었다. 
또각거리며 앞장 서서 횟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뒤따르다가 손안의 껌이 생각났다. 
축축한 땀과 온기로 인해 끈적하게 녹아내려있었다. 

당장에 버리지 않는대도, 주머니 속에서나 차 안에서 언제고 
쓰레기로 전락할 게 분명했지만 버릴 수가 없었다. 

“뭐해요?”

재촉하는 그녀를 따라 횟집 안으로 들어갔다. 
바지 주머니 속에서 껌이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게 느껴졌다.
가게는 비좁았지만 한쪽 벽면이 훤히 뚫려 있어서 
바닷바람을 직접 맞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나는 회 한 접시를 주문했다. 

“매운탕은요?”

하고 가게 주인이 물었다. 

나는 “주세요”하고 답했다. 

그러자 가게 주인이 주문하지도 않은 소주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그리고 잔을 가져오며 “소주도 하실 거죠?”하며 천연덕스레 묻는다. 
장사수완이 좋은 사람이었다. 

곧 회가 나왔다. 맛이 썩 좋지도, 썩 나쁘지도 않은 회였다. 그녀와 나는 마주 앉아있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으니, 동행해주기만 해달라’는 내 허락에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녀는 애초에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나는 그녀의 관심을 끌만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덕분에 회는 한참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녀는 산과 바다를 싫어하는 것 뿐 아니라 날것도 싫어하는 게 분명했다. 

매운탕을 가져온 가게 주인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맛이 별로입니까? 그대로네.”

그녀의 퉁명한 시선이 가게 주인에게 닿았다. 
그는 그녀와 나를 벌갈아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우리의 빈 잔에 소주를 채워주었다. 

“다투신 모양인데 화해하세요. 모처럼 바다까지 나와서 바람 쐬면서 얼굴 좀 풀어요들. 오래 사귈수록 편해지고, 또 소홀해지기 마련인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동안의 추억을 소중히 여겨야죠.”

특유의 톡 쏘는 화법으로 주인을 당황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네”하고 답하는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을 뿐.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끝낸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다시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해가 중천에 떠있었음에도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아까, 왜 아니라고 말 안했어요?”
“언제요?”

“오랜 연인이냐고 물었잖아요. 권태기가 찾아와 사이가 소홀해진 장수커플이냐고, 따라준 소주까지 원샷했잖아요?”

“해명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입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러는 기희 씨는 왜 아까부터 시무룩한거죠? 처음에는 분명…….”

“이게 원래 나예요. 나를 내버려두기로 한 거 아닌가요? 아무 조건 없이 동행해주면 된다고 한 건 고객님이에요.”

“그렇긴 하지만.”

“내가 입 내밀고 있는 모습이 싫으면 조건을 걸어요. 권태기 연인이든, 알콩달콩 죽고 못사는 연인이든, 불륜 커플이든, 말을 하라구요. 사흘 동안 이렇게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낼 건가요? 자세히 요구해요. 그럴 자격 충분해. 그쪽처럼 통 큰 손님은 드물거든요.”

화난건가? 그녀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내 말의 무엇이 그녀의 심기를 거슬렀는지 눈치채지 못한 탓에, 
숙소에 도착할때까지 저기압 상태였다. 
숙소에 막 들어서는데 그녀가 불쑥 사과를 했다.

“툴툴 거려서 미안해요.”
“네?”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떠올라서였어요.”
“무슨 생각인지 물어봐도 됩니까?”

“그쪽이 자살할지도 모른단 생각.”

“……왜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우리들 사이에 떠도는 도시 괴담 같은 거예요.”

침대에 풀썩 주저앉은 그녀가 나를 끌어 당겨서 옆에 앉혔다. 

“그쪽처럼 며칠씩이나 시간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우리는 어차피 일회용이니까. 저급한 상상 속의 관계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리얼돌이나 마찬가지란 말예요. 그렇지만 실은, 렌즈가 아무리 대단한 발명품이래도 저장할 공간이 없다면 쓸모없거든요. 우리는 촬영을 하고 있는 것뿐이 아니야. 뇌를 직접 렌트해주고 있는 거야. 손님들이 산 우리의 시간은, 기억은, 우리의 기억이기도 하단 말이에요.”

“……알고 있었어요. 어느 정도는.”

“그럼 이것도 알고 있나요? 거식증에 걸린 환자가 변기에 토악질을 하듯, 우리가 머릿속의 지저분한 기억들을 지우는데 중독돼 있다는 것도.” 

갑자기 그녀가 이마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나를 유서로 이용하는 건 싫어……”

“유서로 이용하다뇨.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기희 씨하고 함께 있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뭐든 요구해줘요. 사랑스러운 연인인척 굴어달라고, 다른 평범한 손님들처럼 조건을 걸어달란 말야.”

아직 젊은 나이. 반짝반짝 빛나는 나이. 
이 아가씨는 어떤 일을 겪어 왔단 말인가. 

나는 그녀가 견딜 수 없이 가여워져서 어깨를 끌어안았다. 
바닷가에서 하고 싶었던 대로, 
끊임없이 오물거리는 입술을 거칠게 탐하고 또 탐했다.

“기희 씨.”
“내 머릿속은 너덜너덜해요. 걸레짝이지. 몸이 아니라, 실은 머리가 해져 있었던 거야.” 

창밖으로 해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창으로 보이는 거라곤 붉게 타오르는 하늘 뿐이었지만, 
바닷물에 삼켜지는 뜨거운 태양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첫 번째 날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이윽고 방안이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우리는 불을 켜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안겨드는 여인의 몸을 안아들었다.




* *




“이건 무슨 자국이죠? 수술자국 같은데. 아팠나요?” 

내 질문에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배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소리 내어 웃을 때마다 잔잔한 흔들림이 살갗에 전해졌다. 
그녀도 나도 헐벗고 있었다. 
그러나 색정적인 느낌보다도, 따뜻한 온천수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부드럽고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웃는 것을 끝낸 그녀가 관자놀이의, 
평소에는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상처를 손으로 더듬었다.
 
“기억 칩을 이식 받았어요.”

“기억 칩은 유통을 금지시키고 있다던데. 위험한 거 아닙니까?”  

“머리를 리셋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정도야 뭐……. 요즘 세상에, 기억이란 거, 사실 참 우습잖아요? 내가 하는 일도 그렇고.”

나는 망설임 끝에 질문했다. 

“어떤 기억이었죠?”
“이식 받은 기억이요?”
“그것도 그렇지만, 남의 기억을 이식받아야 할 정도로……끔찍했습니까?”
 
그 정도로 끔찍한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까? 
차마 입에 담지 못하고 생략해버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글쎄요”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을 뿐.

“그게 이식의 장점 아니겠어요?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어떻게 자라났고, 누굴 사랑했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새로운 기억으로 덮어버렸거든요.”

우리는 좁은 방안에 누워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음식따위를 시켜먹으며 반나절을 보냈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그녀가 옷을 차려입고 서있었다.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한 여자애에요. 이 기억 칩의 원래 주인은 열다섯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됐다고 들었지만, 부유한 집안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났죠. 부자인 부모가 딸의 소중한 기억을 팔았을리는 없고. 아마 병원 관계자가 몰래 빼돌린 걸 거예요. 왜요, 내가 행복한 소녀처럼 보이지 않나요?”

어떻게 보아도 그녀는 소녀처럼 보이지 않았다. 
완숙미를 풍기는 몸과 농염한 입술에서 십대의 흔적을 찾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녀는 행복한 소녀가 되고 싶었던 거다. 
구김살 없이 곱게 자라난 온실 속 화초처럼 살고 싶었던 거다. 

그 삶을 손에 넣는 건 불가능했지만, 
소녀의 기억을 이식 받는데는 성공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소유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예쁘장한 외모 너머에는 숨길 수 없는 공허함과 우울이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는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 보조개를 패며 웃었다. 

“그러게, 이건 엉터리라니까요. 완전히 지우지도, 이식하지도 못해. 세상에 완벽한 건 없으니까. 그래서 정부에서 유통을 금지시켰는지도 모르죠.”

“어디, 가려는 길이었습니까?”

“나가요. 내 뇌 속에 있는 부잣집 소녀가 지금 쇼핑이 하고 싶어서 좀이 쑤시나 봐요.”

낮은 계단을 내려가 길에 내려섰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자연스레 얽혀 들었다. 
그 손을 가볍게 앞뒤로 흔들며 밤거리를 거닐었다. 

두 번째 날이 끝나가고 있었다.




* *



  
“그게 뭐죠?”
“받아요. 내가 주고 싶어 주는 거니까.”

“이걸 사려면 두 시간은 일해야겠는 걸요. 이렇게 팁을 후하게 주는 분은 드문데……고마워요. 잘 입을게요.”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가 쇼핑백 안의 옷을 꺼내어 어깨에 대보았다. 
흰 피부에 잘 어울리는 푸른색의 원피스였다. 

나는 가만히 구경하다가 짓궂은 마음에, “팁, 안 받는다면서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웃었다. 너무나, 예쁘게도. 

“누가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입가에서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녀가 자고 있는 사이에 시내까지 나가서 사온 원피스 선물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웃옷을 훌렁 벗고 원피스를 입기 시작했다. 

세 번의 관계. 
일곱 번의 식사. 
그리고 한 번의 선물. 

이것이 우리가 나눈 3일간의 기억의 전부였다. 
모두 잔잔하고 부드러웠다. 

원피스로 갈아입은 그녀와 함께 바닷가로 산책을 나섰다. 
내가 원피스를 사들고 돌아왔을땐 이미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라곤 몇 시간 되지 않았다.

탁탁탁. 
그녀가 모래를 밟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서 머리칼과 치마를 깃발처럼 휘날리게 했다. 
푸른색 원피스, 그 파도처럼 물결치는 치맛자락이 나를 홀린다. 
눈을 홀리고, 마음을 홀려서 달려가 손에 쥐고 싶어만진다. 

허기가 느껴질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숙소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다 싶으면 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걸었고, 
숙소와 너무 가까워졌다 싶으면 뒤돌아서서 걷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모래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 
비성수기인 탓에 주변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더 이상 모른 척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녀는 옆에 앉는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실은 정말루 죽으려는 거죠? 이건 마지막 여행이고. 내 불길한 생각이 맞는 거죠? 그렇죠?”

대답을 않자, 그녀가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비겁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이용하다니……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건가요? 당신, 사실은 나쁜 남자였어. 난 며칠 새 정말 연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단 말이야.” 

나는 그녀를 가만히 끌어안았고, 
그녀는 더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서울로 돌아가면, 저와의 3일을 당신의 머릿속에 저장해 주시겠습니까?”

“이유가 뭐죠? 왜 죽으려는 거야.”

“그게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정말……치사하고 나쁜 남자네. 죽으려는 이유가 뭔지 알려줘요. 사업실패? 애인과의 결별? 따돌림?…….”

품안에서 그녀가 “응?”하고 애달픈 소리를 내었다. 
대답해달라는 듯이 긴 손톱으로 팔을 움켜쥐었지만 내가 들려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침묵밖에는 되돌려 줄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좀 더 세게 끌어안았고, 
그녀는 품 안으로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서 바닷물이 태양을 삼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법 같던 3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 *
  

  
  
“아가씨가 여긴 웬일이에요?”
  
선글라스를 낀 젊은 여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선글라스 덕분에 질겅질겅, 오물거리는 입술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편집소의 사장은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수많은 남성들의 머릿속에 저 여자와의 시간을 멋지게 편집해서 집어 넣었으니까.

기희라고 했던가? 

요 몇 년 동안 가장 인기 있는 아가씨였다. 
그녀는 남자의 코앞까지 걸어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M사에서 만든 렌즈에서 추출한 메모리칩이었다. 
  
“그게 뭐죠?”
  
남의 기억을 편집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그가 메모리칩을 못 알아볼 리는 없었지만, 
그가 궁금해 하는 것은 기희의 의도였다. 
  
“저장시켜 주세요.”
“누구한테요?”

기희가 제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마치 권총을 쥔 듯한 손 모양이었다. 

편집소의 남자는 기희를 알고 있었다. 

타임서비스를 직업으로 삼은 여인들 모두를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고객의 달콤한 기억은 그의 손을 거쳐서 편집되고 재탄생된 것들이었으니까. 

남자가 예술가라면 기희는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자 재료였다. 
그녀들이 없다면 남자는 별볼일없는 공상가가 되었을 테니까.

“편집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정해놓은 제목이라도 있어요?”

“그대로. 1초라도 빼놓지 않고 저장해주세요.”

“3일치를 그대로 저장하겠다고요? 과부하에 걸릴 텐데? 타임서비스 하는 아가씨들은 머리를 초기화 시키면 시켰지 이렇게 메모리칩을 가져오는 경우가 없거든요. 왜냐? 그 기억들을 다 저장하려다보면 보나마나 머리가 펑! 터질 거거든.”

“그럼 아무 기억이나 지워요. 지운 자리에 그걸 넣어.”

기다란 침대에 누운 기희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남자는 혀를 끌끌 찼다. 저렇게 예쁜 아가씨가. 자기 몸을 아끼지 않구.

그는 기희의 관자놀이에서 두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상처를 발견했다.

“어라? 기억 칩을 이식하셨네? 야매로 시술했죠? 그러니까 이렇게 옛날 기억이 남아있죠. 완전히 기억을 덮어놓질 못했네.”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부탁한 일이나 확실히 해줘요.”

“어디보자. 기희 씨 개인적인 기억은 4년 전에 끊어져 있네요. 4년 전이면 타임서비스를 시작할 즈음이죠? 이상하게 보지 말아요. 기희 씨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게 딱 4년 전이잖아요. 그러니 나야 기희 씨에 대해 알 수밖에 없지.”

선글라스 속에서 빛나는 눈빛에, 
편집소 사장은 “큼큼” 겸연쩍게 기침을 했다. 

“어떻게, 원래 기억에 이어붙일까요?”
“아무렇게든 상관없어.”

아무렇게, 라고 기희가 말했다.
그러나 남자는 예술혼에 불타는 사람이었다.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고객들이 최상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말 내 기억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기술 덕분에, 
그의 편집소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남자는 기희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기억들을 살펴보았다. 
적당한 곳에,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심어놓을 생각이었다. 

남의 기억 칩을 이식 받긴 했지만 완전히 작동되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칩에 기억을 심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기희의 머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었다.

차라리 구체적인 주문이 더 작업하기에 편한데. 

기희 같은 손님은 남자의 자존심을 시험하곤 했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그는 곧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작업이 끝난 후, 기희는 긴 마취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핸드백을 챙겨선 침대 아래로 내려섰다. 

그녀는 비난의 눈초리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당신, 쓸데없는 짓을 했어. 내가 아무런 컨셉도, 편집도, 이어붙이기도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왜요,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역시 컨셉을 잡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기억을 뒤져서 공통점을 찾아내 연결하는 건 나처럼 섬세한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데. 남자는 억울한 듯 보였다. 
    
“다시 누우십시오. 이번에는 확실하게 컨셉을 잡아서 편집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서비스로요.”
“이왕이면 행복한 연인이면 좋잖아…….” 
  
“기희 씨?”

“됐어요. 당신 손에 못 맡기겠어.”

남자가 기희를 붙잡았지만 그녀는 이미 가게 문을 나서고 있었다. 

커다란 선글라스 속에 숨겨진 눈에서 무언가 반짝거리는 걸 발견했지만, 
남자는 설마 눈물일까 싶어서 고개를 저었다. 
또각 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그의 작업실 안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편집소의 모니터에 어떤 화면이 느리게 재생되고 있었다. 
편집소 사장이 깜빡 잊고 재생시켜 놓고 외출한 마지막 손님의 기억이었다. 

넘실대는 바닷물이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느다란 여자의 손가락이 허우적거리면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기희야!!!”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어딨어?!! 기희야!!”

시점이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폭풍우치는 위쪽 날씨와 다르게, 바닷속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허우적 거리던 손이 위로 힘없이 떠오른다. 

그 순간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오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그는 여자의 팔을 잡아당기려고 시도했지만 함께 가라앉기 시작했다. 

“나를 놔, 해준 씨.” 

그러나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자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그는 여자를 꽉 끌어안고 중얼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아무런 입모양도 포착되지 못한다. 
물거품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음 순간, 
화면이 급변하며 어느 가정집을 비춘다. 

조금 전과 똑같은 남자가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눈가는 거뭇하게 색이 바래있었다.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남자의 안색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그래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 외로운 사람인가보다. 것도, 무척.”
“그래 보입니까?” 
“이름이 뭐예요? 마냥 오빠라고 부를 수는 없구, 원하는 호칭이 있을 거 아녜요.”
“아무렇게나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여자는 궁금한 듯 물었지만, 
남자의 이름은 이미 그녀의 기억에 저장되어 있었다. 

딸랑,

문이 소리를 내며 여닫혔다. 
편집소 사장이었다. 
그는 화면에 재생되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곤 기겁하며 얼른 정지 버튼을 눌렀다. 

“내 정신 좀 봐. 삭제한다는 게 재생을 눌러버렸네.”

푸른 바다가 화면 가득 잡혀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가라앉았던 그 바다와 똑같은.

그 바다가,
편집소 사장의 손끝에서 검게 지워지기 시작했다. 



* *


바지 주머니를 찐득하게 더럽힌 껌을 꺼내어 포장지를 벗겼다. 
분홍색 민트, 말은 거창할지 모르지만 맛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그녀를 흉내내며 질겅질겅 턱을 움직였다.

쓰레기처럼 귀찮아지고, 쓰레기처럼 처분해버리고 싶고, 
쓰레기처럼 버리고 싶을 인생일 게 분명하지만 나는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기희 때문에.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그녀 때문에. 

나에게 그녀는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졌다.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을 가라앉히며 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 
껌의 달착지근한 맛이 약의 쓴맛에 의해 퇴색되어 갔다. 

나는 잠든 기희를 보며, 
그 머리칼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며, 
머리맡에 가만히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저와의 3일을 당신의 머릿속에 저장해주시겠습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만히 미소 지었다.

이로써, 나의 기억에도 그녀의 기억에도 우리의 추억이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마지막 바람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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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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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에엥 넘모 긴거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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